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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동향] 한류는 세계로, K팝은 국제공용어라는데… 미국 대입선 빠진 한국어

작성일
2025.11.10
수정일
2025.11.10
작성자
산학협력단
조회수
29


파일 링크: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5892



한류는 세계로, K팝은 국제공용어라는데… 미국 대입선 빠진 한국어

한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한국어는 미국의 대학입시 제도에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2021년 과목별 시험(SATⅡ)이 전면 폐지되면서 한국어가 미국 대입에서 평가 과목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중국어·일본어 등은 대학 학점과 연결되는 미국 대학위원회 AP 외국어 과목에 포함돼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어 역시 AP 채택을 위한 당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위원회(College Board)가 운영하는 AP(Advanced Placement) 외국어 과목은 스페인어(언어·문학),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등 모두 8개다. 한국어는 없다.

한국어는 1997년부터 미국의 대학입학시험 중 하나였던 SATⅡ(과목별 시험)에 포함돼 있었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한국어 능력을 평가받고 이를 대입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대학위원회가 SATⅡ 시험 전체를 폐지하면서 한국어 시험도 함께 사라졌다.

문제는 중국어나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른 외국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AP 과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SATⅡ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를 대신할 제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어는 AP 코스에 없는 탓에 미국 학생이 한국어를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대입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 한국어 배우고 싶다는 열기, 하지만 제도는 멈춰 = 교육계에서는 한국어만 제도권 밖에 놓여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류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미국 대학가에서는 오랜 기간 인기가 많던 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 등 수강생이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영어권 학생들이 K-팝·드라마·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학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움직임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미국 역시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면서 전공과 관계없이 K-컬처를 이해하려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1년에는 한국어가 미국 대학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외국어 톱1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어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밖에 머물게 된 이유로 시스템 부족을 꼽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열기는 이미 충분하지만 이를 AP 과목 채택 등 공식적인 제도로 옮기는 시도·노력이 미흡했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어와 중국어를 보면, 한국어가 왜 뒤처졌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본어·중국어는 이미 2007년부터 AP 시험이 시행됐다. 미국 학생들이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면 AP 시험을 통해 성취도를 평가받고 대학에서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 정부가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우리와 대조적이다. 중국의 경우 공자학원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대학위원회와 협력해 AP 중국어 시험의 초기 개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현재 미·중 갈등으로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초기에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제도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역시 일본국제교류기금(JF) 등 정부·공공기관이 제도 기반을 밀어줘 초기 생태계 조성이 가능했다.

송혜선 일본국제교류기금 일본연구회 좌장(인덕대 교수)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 국제교류기금이 미국 내 학교와 협력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재를 지원하며 시험 운영에도 참여했다”며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교사 연수 체계나 표준 교재, 예산 지원이 일본만큼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 좌장은 이어 “한국어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가르칠 제도는 없는 언어가 된 상황”이라며 “한국어의 인기는 이미 충분하지만 열기를 뒷받침할 정책과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문화적으로는 세계적이지만 제도적으로는 아직 변방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정부, ‘AP 한국어’ 채택 나선다 = 국회에서도 한국어의 미국 내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어의 위상은 이미 세계적이지만 제도적 지위는 여전히 공백 상태”라며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는 조만간 AP 한국어 채택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교육부·외교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지원체계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어가 다시 미국 교육 제도 안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책으로서의 한국어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현지에 맞는 표준 패키지를 만들고 미국 내 학교 네트워크·파트너십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혜선 좌장은 “미국 현지에 맞게 교사를 어떻게 양성할지, 어떤 교재로 수업할지, 평가 기준은 무엇으로 할지, 온라인 시험은 어떻게 운영할지까지 하나의 세트로 제시해야 한다”며 “주(州) 정부나 교육청이 ‘이 과목을 도입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비용은 얼마나 들며, 결과는 어떤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치와 근거로 설득해야 제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좌장은 이어 “AP 과목은 미국 내 학교들이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현지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며 “문화의 인기를 교육의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어의 AP 채택이 성공하려면 설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전 청담러닝 전무)도 본지에 “AP 과목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과목이 정식 승인되기까지는 보통 5~7년이 걸린다”며 “머뭇거린다면 실제로 미국 교실에서 AP 한국어를 만날 수 있는 시점은 2030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어의 미래를 세계 속에 새기는 일을 시작할 때”라며 “제도를 설계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한국어의 위상을 교육과 제도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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